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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월든 번역 비교 리뷰] 생태주의와 인간 자유를 몸소 실현한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마음에 남는 문장들 (현대지성 VS 은행나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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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리의 뉴욕레터 2023. 10. 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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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연과학자이자 철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월든.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읽었지만 예전에 한번 펼쳐보고 몇 장 읽다가 지루해서 덮었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다른 분들과 월든을 서로 낭독하며 읽기로 했는데, 다시 읽으니 완전히 다른 책이었다. 개인의 사상적 이상적 자유와 자연의 아름다움, 휴머니즘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을 나는 왜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다고 여겼던 걸까.

 

현대 지성 출판사 월든 표지
현대 지성 출판사 월든

 

월든이 왜 유명한지 궁금해서 다시 읽을까하는 생각은 종종 났고, 메사추세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백하게 담은 <겨울 산책>이라는 책을 잠깐 살펴본 적도 있다. 나도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풍경에 대한 묘사가 이해가 되면서도 난 너무 길고 추운 메사추세츠의 겨울이 정말 싫었고 4월까지 눈이 오고 햇빛이 없는 게 지긋 지긋했기 때문에 공감이 가진 않았었다. 딱 죽을 것 같다 하면 봄이 오던 뉴 잉글랜드 지역.. 월든은 그 이후로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내가 살았던 곳 메사추세츠 서쪽과 근처가 콩코드의 월든 호수여서 한번쯤은 가보고 싶기도 했다. (알고보니 미국 사상가 애머슨의 제자가 소로이며, 월든을 쓰며 지낸 콩코드의 땅이 애머슨의 것이라고 한다.) 

 

 

"성장하려면 자기 무지를 깨달아야 하는데, 오로지 자신이 아는 지식만 사용하고 있으니 어떻게 알아채겠는가?"

"우리는 때때로 인간을 공짜로 먹이고 입혀야 하며, 아주 다정한 말로 그를 격려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그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인간성의 가장 좋은 특성들은 과일 표면의 하얀 가루처럼 아주 부드럽게 다루며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이렇게 부드럽게 대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개인의 운명을 암시, 아니 결정한다. 우리는 공상과 상상이라도 서인도 제도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월든 현대 지성 출판사 (이종인 번역)와 은행나무 출판사 (강승역 번역) 추천과 차이점

 

낭독을 하시는 분들이 서로 다른 버전의 책을 갖고 있어서 번역자에 따른 한글 번역이 주는 다름이 이렇게 큰 지를 이번 기회에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버전은 현대지성 클래식 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아래 사진 왼)이며 이종인이라는 분이 옮기셨다. 현대 지성 출판 월든의 옮긴이 이종인님전문 번역가이시면서 주로 인문 경제 분야 고전을 250여권 정도 번역하셨고 그래서 내용 자체에 충실하시고 직관적으로 와닿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자세한 각주도 마음에 든다. 최근엔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옮기시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지성 출판 월든은 미국의 사진작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Herbert Wendell Gleason)가 1899-1920년 사이에 소로의 책 장면을 따라 매사추세츠주와 메인주를 여행하며 찍은 흑백 사진 66장이 담겨 있다. 『월든』, 『메인 숲』, 『케이프 곶』, 『일기』 등에서 소로가 묘사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중간 중간 글을 읽는데 재미를 더해준다.

 

재밌게도, 은행나무 출판 월든을 옮기신 강승영님번역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부드럽게 읽히는 유려한 문체에 감성적인 번역이 돋보인다.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출판사를 설립할 정도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자체에 대한 애정이 깊으시고, 번역을 위해 2년 동안이나 미국 자료조사를 위해 메일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강승영님의 번역 (은행나무 출판)이 더 매끄럽고 듣는 데 딱딱하지 않아서 (은행나무 출판사 버전을 가진 다른 분들이 낭독하는 것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다. 예를 들어, "해가 뜨는 것을 실제로 돕지는 못했지만, 해가 뜨는 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니었던가?"라는 문장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반면, 내가 읽는 현대 지성 출판사의 월든을 들으신 분들은 오히려 현대지성의 번역을 통해 이전에 이해 안가던 부분이 명확하게 표현되어 좋다고 하시기도 했다. 막대기를 계산기라고 각주 달아놓은 부분이나 문학적이지 않은 표현이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유려한 문체와 감상적인 글귀를 원한다면 은행나무 출판사 (강승역 번역)

명료한 내용 전달과 깔끔한 문체를 원한다면 현대 지성 출판사 (이종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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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산문, 월든- 애머슨을 능가하는 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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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한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글- 혼내기도 한다

 

소로우의 책은 이 네 가지에 해당한다

1. 로빈슨 크루소 모험기- 원시생활과 자연환경

2. 정신적 자서전 - 자유롭고 참다운 인간의 길, 구도자적 모습

3. 환경 보호론자의 자연관찰도감

4. ?

 

 

 

앞으로 월든을 읽으며 매일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필사할 계획이다. 다음엔 원서도 읽어보고 싶다. 같은 책임에도 번역에 따라서 이렇게 와닿는 느낌이 다른 걸 보니 원문에서는 어떻게 쓴 것인지 궁금해진다. 내가 읽은 이 문체와 내용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월든에서 내 마음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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