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의 잎 없는 노드 번식을 물꽃이와 삽목 하이브리드로 시도해 보았다. 잎이 없는 노드 번식은 잎이 있는 경우보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개체 수를 확 늘리는 식물 번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메리트가 있다. 잎이 있는 줄기 번식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잎이 없는 노드를 이용한 몬스테라 번식 정보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미국의 식집사들이 많이 활용하는 몬스테라의 노드 번식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삼일 전 쯤에 몬스테라의 잎 없는 노드의 뿌리 번식을 이 하이브리드 방법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새 뿌리가 나고 있다. 흙 삽목보다 훨씬 빠르고 곰팡이가 생기거나 줄기가 썪을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한 안정적인 방식이라 몬스테라의 노드 번식에 추천한다.
2년 간 키운 몬스테라 수형이 멋대로 자라고 중간에 잎없는 줄기도 너무 길어졌다. 처음 잎 줄기 2개를 받아서 물꽃이로 기를 때부터 다른 식물들보다 햇빛을 잘 받지 못 받는 자리에 있었다. 작년 여름에 이사 후에도 창가이지만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자리였어서 그런지 포토스 (Pothos)보다 훨씬 못 자라고 중간에 잎이 자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모습이 계속 마음에 안들어서 가지치기를 해주기로 했다. 비실 비실한 잎들이지만 버리는 게 아까웠다. 공중 뿌리와 생장점이 있는 자리인 노드 (Node)를 포함해서 자르고 물꽃이를 해주면 뿌리가 잘 난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몬스테라는 잎이나 줄기만 물꽃이하는 걸로는 뿌리가 안 난다고 한다. 주로 잎이 달린 줄기를 노드와 함께 잘라서 그 한 장을 물꽃이 해서 번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잎 2-3개에 공중 뿌리와 생장점이 있는 줄기를 함께 잘라 투명한 꽃병에 물꽃이를 해주었다. 이 부분은 이미 공중 뿌리가 길게 나 있고 잎도 있기 때문에 물꽃이로 수월하게 번식이 가능할 것이다.
새로 마련한 투명한 실린더 화병에 꽃아주니 너무 너무 예쁘다. 몬스테라를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시원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라인에 초록 초록한 잎들이 심플하면서도 눈을 즐겁게 한다. 베드룸 창가에 놓아주었더니 다소 심심했던 공간이 힙해 보이는 느낌. 찢잎이 아니면 어때. 2년 전 내가 빠졌던 몬스테라의 모습이 다시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문제는 잎이 없는 줄기 부분을 어떻게 할까
이번에 노드 번식을 시도한 것은 내가 뉴욕에 와서 처음 기르기 시작한 식물 중 하나로 일반 몬스테라지만, 희귀 식물 번식 방법을 소개해주는 미국 유튜버들이 추천하는 노드 번식 방법들을 찾아본 후 내 식대로 변형해 보았다 (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 보니 이 방식을 이미 시도해 본 유투버들도 있었다). 몬스테라의 잎 없는 노드 번식 방법의 요점 정리는 맨 아래에 정리해 두었다. 잎이나 공중 뿌리가 없는 노드 (node), 뿌리 자리만 있는 경우는 뿌리를 새로 내리게 해야 한다. 당연히 공중 뿌리가 이미 난 경우보다는 상대적으로 번식이 어렵다. 그래도 일반 몬스테라는 조건만 잘 맞으면 미리 뿌리 자리가 있고 생장점이 있는 노드는 번식이 잘 되는 편이다 (몬스테라 알보와 핑크 프린세스의 잎없는 노드 번식은 다른 이야기, 나중에 포스팅에서 다뤄 보겠다). 사진의 몬스테라처럼 노드가 짧은 경우에는 자르는 위치를 조심해야 한다. 노드에서 부리가 나오고 줄기가 나오려면, 마디 근처의 1) 뿌리 자리와 2) 생장점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아래의 사진에 있는 뿌리가 살짝 튀어 나온 마디의 살짝 아래를 자른다. 노드 중간을 잘라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디를 자르면 뿌리 자리나 생장점을 상하게 할 수 있어서 마디 아래 쪽을 잘라야 한다. 뿌리 자리엔 이미 조그만 뿌리가 살짝 튀어 나와 있는데, 이 작은 뿌리가 물꽃이를 하거나 삽목을 하면 물을 흡수하며 하얀 새 뿌리가 자라난다. 생장점은 노란색 글자의 뿌리 자리와 별개로, 노드에서 마디 근처에 초록색으로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다 (사진에선 잘 안보인다). 만져보면 아주 살짝 볼록하고 보통 뿌리 자리 위나 마디 아래 쪽에 있다. 잘 안보일 수도 있다.
노드를 잘라준 후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펄라이트 (Perlite)를 이용한 물꽃이와 삽목의 하이브리드 방법을 추천한다. 플라스틱 용기나 화분을 아주 깨끗하게 씻어 흙이 없도록 한다. 펄라이트를 흙처럼 붓고 물을 천천히 부어 펄라이트에 충분히 스며들게 한다. 노드를 그 위에 살짝 심듯이 올려주는데, 노드의 뿌리가 촉촉한 펄라이트에 닿도록 아래로 배치한다. 노드를 꽃는 게 아니라 펄라이트 위에 눕히는 것이다. 포인트는 노드가 물에 완전히 잠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삽목처럼 흙 대신 펄라이트를 사용하지만, 노드의 뿌리에 닿은 물이 마르지 않게 물꽃이처럼 물을 채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노드의 너무 많은 부분이 물에 항상 닿아 있을 경우 노드가 썪을 수도 있으니 아랫 부분만 촉촉한 펄라이트에 닿게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몬스테라는 펄라이트에 물꽃이한 지 3일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새 뿌리가 하얗게 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펄라이트에 닿게 한 뿌리 2개는 변화가 전혀 없는데, 오히려 위를 향하고 있던 뿌리 2개에서만 새 뿌리가 났다.
펄라이트는 갈색 흙이 섞이지 않은 하얀 모래같은 돌로 분갈이용 흙을 만들 때 배수성을 높이고 통풍과 수분 흡수 조절이 잘 되도록 하는데 사용한다. 흔한 재료이다. 화산유리 (Volcanic glass)가 성분으로 일반적인 흙 성분이 아니라 잘 썪지 않는다는 점이 몬스테라 노드의 뿌리를 내릴 때 안정적인 수분 공급과 함께 매우 큰 이점이 된다. 수분 공급이 충분이 되어 뿌리가 쉽게 새로 날 수 있는 조건이 되면서 흙처럼 노드가 썪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몬스테라 노드의 뿌리를 내는데 최적이 조건이 된 것 같다. 몬스테라 스텐들리아나도 처음부터 이 펄라이트 하이브리드 번식 방법을 썼으면 뿌리가 지금쯤 많이 났을 것 같다.
대량의 번식을 원할 경우엔 마디 사이 사이 (즉 노드의 중간)을 잘라서 각각 뿌리 자리를 가지고 있는 노드 4개 정도를 만들어 번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각각의 짧은 노드를 뿌리 내리는 것보다는 긴 노드 하나가 뿌리 내리는 게 더 빠르고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몬스테라 스텐들리아나의 잎없는 노드 줄기를 잘라서 20개 정도 삽목으로 번식시켜 보고 있는 경험으로 보면, 노드 줄기가 건강하고 두껍고 길수록 식물이 뿌리를 쉽게 내리는 것 같다. 노드가 짧으면 뿌리를 내릴 영양분이 많지 않아 새 뿌리가 잘 나지 않는 것 같다. 긴 덩굴 노드를 잘라서 작은 20개 정도의 노드를 만든건데, 노드를 4-5개 포함하는 긴 노드로 번식을 시도해 볼 걸 그랬다. 2달이 지났는데, 시행 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아직 4개의 노드만이 뿌리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언제 뿌리가 날련지..
1. 칼이나 가위를 Hydrogen peroxide 혹은 알콜 등으로 소독한다. 식물의 가지나 노드 번식을 할 때는 곰팡이가 최고의 적이므로 반드시 깨끗한 가위를 사용한다.
2. 뿌리와 생장점을 포함하여 노드의 중간을 자른다. 마디와 마디 사이를 자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3. 배수구멍이 없는 플라스틱 용기나 화분을 아주 깨끗하게 씻어서 흙이 전혀 없게 한다.
4. 준비된 용기에 펄라이트 (Perlite)를 붓고 물을 천천히 부어 펄라이트가 물을 적당히 머금고 있게 한다.
5. 노드의 뿌리를 아래로 해서 펄라이트에 닿게 한다.
6. 노드가 물에 잠겨 있으면 물을 살짝 버리고, 노드가 닿은 펄라이트가 건조하면 물을 조금 더한다. 노드의 뿌리 부분만 물을 만나도록 물 양을 적당하게 조절해 주는 것이 포인트.
7. 용기를 따뜻하고 (20-25℃ or 65-80℉) 밝은 곳 (직사광선도 좋다)에 두고 습도 조절을 위해 위에 구멍을 뚫은 랩을 씌우거나 빛이 투과되는 투명한 커버를 덮어준다. 완전히 밀폐할 필요는 없고 뚜껑이 없어도 괜찮다.
8. 매일 확인하여 물이 부족하면 살짝 보충해준다. 잘 관찰하여 혹시 습도가 너무 높아서 곰팡이가 나지 않는지 확인한다.
미국에서는 많은 식집사들이 희귀 식물들의 번식을 목적으로 노드 번식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식물을 기르다 보면 잎없는 노드가 길어지기도 하고 공중 뿌리가 노드마다 길게 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키우는 희귀 식물이 자신이 원하는 패턴을 가진 잎들을 낸다면, 그 모체를 가지고 노드 번식을 해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자녀 식물들을 더 많이 키워낼 수 있다. 엄마 식물의 노드를 이용해서 희귀한 유사한 잎 무늬나 패턴을 가진 자녀 식물을 더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몬스테라 알보, 스텐들리아나, 필로덴드론 핑크 프린세스와 같은 희귀식물의 경우에는 저마다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노드 번식을 알려주는 정보들이 많은 편이다. 나도 몬스테라 알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알보의 노드 번식을 시도해 보고 싶지만 아직은 겁이 나서 나중에 지금 키우는 알보가 아주 커지고 튼튼해지면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 미국에는 몬스테라 알보는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뿌리가 자라지 않고 아직 안 자란 공중 뿌리가 포함된 잎과 줄기만을 잘라서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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