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어 수확한 구근들은 처음에 심었을 때보다 훨씬 작아진 상태였다.
튤립 구근 수확 시기는 보통 여름이 지나고 초 가을쯤이다. 여름 동안 튤립에 남아있는 줄기가 햇빛을 받으며 양분을 저장하도록 두고, 그 잎이 마르면 구근을 수확한다. 장마철이 긴 한국은 정원에 키우는 튤립이라면 튤립 구근을 더 일찍 수확하기도 하지만, 오래두어 구근이 자라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9월초 그동안 화분에 뭍혀있던 튤립 구근을 꺼내보니 갈색 껍질이 붙은 마늘 모양이었다. 지난 1월 심었을 때는 한 3-4 센티미터 정도 되는 큰 구근들이었다. 이번에 수확한 구근들은 마늘 한 뿌리가 몇 개의 마늘알들을 품은 듯한 모양으로 훨씬 작아졌다. 튤립 구근 번식은 튤립 구근을 심으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튤립 구근을 하나만 심었던 자리에 여름동안 튤립 구근이 번식하여 여러 개의 작은 구근들이 껍질 속에 쌓여 나뉘어져 있었다. 껍질을 조금씩 까보니 처음처럼 큰 구근은 딱 하나만 건질 수 있었고, 대부분은 작은 자근같은 1센티 정도의 작은 구근들이었다. 정말 마늘 한 알 정도보다 그보다 더 작은 구근들이다. 그리고 썪어서 말라버린 구글들도 15% 정도 되었다.
수확한 구근들을 물 : 과산화수소 (Hydrogen Peroxide) = 2 : 1 비율로 만든 희석물에 넣어 껍질과 뿌리 부분의 딱딱해진 부분을 불리고 소독을 했다. 3% 과산화수소는 병원이나 기기 소독약으로도 쓰이는 약품인데 (먹으면 절대 안되고 피부에 많이 닿는 것도 좋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식물집사들이 물에 희석한 Hydrogen Peroxide를 과습된 식물들을 살리는 극약처방이나 씨앗을 살짝 불리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이 성분이 산소 공급을 해주어 식물이 씨앗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구근에도 소독 겸 뿌리내리는 데에 도움되라고 한 시간 정도 담가 보았다. 이렇게 소독 후에 뿌리 부분 딱딱한 껍질과 얇은 갈색 껍질을 조심스레 벗겨주고 키친 타올 위에 말렸다.
원래 튤립은 늦가을이나 초 겨울에 심고 따뜻해지는 봄에 꽃을 본다. 대부분의 튤립 구근 심기 방법은 구근을 수확해서 소독하고 말리고 2-4개월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쯤에 다시 심는 것이다. 여기는 미국 동부라서 날씨가 금방 추워지기 때문에 튤립 구근 저온 보관을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냉장고에서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외 정원에서 튤립은 수확하지 않아도 꽃 헤드 정리만 잘 해주면 습기가 많은 장마만 잘 넘기면 구근이 다음 해에도 알아서 피는 것 같다. 화분에 튤립을 심는 경우에도 구근 수확을 안하고 화분 채로 베란다에 그대로 두고 겨울을 나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원래 동부의 가을은 일찍 찾아보고 서늘한 바람이 9월부터 강하기 마련인데, 올 가을은 인디언 써머 때문에 시작부터 더웠다. 그래도 튤립 구근이 마르기 전에 심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한국의 경우는 첫 서리가 내리기 전 10-11월 쯤에 튤립 구근을 다시 심는 것 같다.
✦ 늦봄에서 여름 사이 꽃이 피고 시들기 시작하면 줄기는 두고 튤립 머리 부분만 바로 자른다 (구근의 영양분을 뺏기기 때문).
✦ 남겨진 줄기와 잎은 계속 광합성을 해서 구근에 영양분을 저장하도록 자연스럽게 시들 때가지 기다린다. 구근이 썪을 수도 있어서 물은 따로 주지 않는다.
✦ 줄기와 잎이 다 시들면 구근을 캐서 썪거나 병든 것들은 버리고 성한 것들만 골라 소독한다. (한국에선 주로 락스를 쓰기도 한다는데 너무 강할 것 같고 미국에서는 3% 정도의 Hydrogen Peroxide를 사용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 통풍 잘 되는 그늘에서 1-2주간 말린다. 그물망에 걸어 말리기도 한다.
✦ (옵션) 말리고 나면 신문지나 종이에 싸서 그늘진 서늘한 곳에서 말리거나 냉장고에 습기없이 저장한다. (이 과정은 다음에 다시 싹을 틔우게 해주는 동면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한다)
✦ 실내 화분에 심는 경우엔 구근을 유악으로 구운 화분에 심는 게 좋다 (토분은 비추천).
✦ 화분에 심은 후 바로 물을 충분히 주고 반그늘이나 추운 곳에 둔다. 물은 마르면 준다.
✦ 추운 시기를 몇 개월 지낸 튤립은 봄이 되면 꽃이 피기 시작한다.
우선 약간 마르거나 곰팡이에 취약할 것 같은 작은 튤립 자구들은 위에 보이는 사진과 같이 유악을 발라 구운 화분에 심어줬다. 흙은 펄라이트를 많이 넣어 배수성을 좋게 했다. 실내 화분에 튤립 구근을 심을 때는 많이 깊게 심어 줄 필요가 없다. 너무 깊게 심으면 오히려 싹 피우기 힘들어 한다고 해 2-3 센티로 구근 높이 정도로만 넣어 심었다.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윗부분이 보이지 않게 흙으로 제대로 덮어주었다.
튤립도 수경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일주일 반그늘에 주었더니 곰팡이가 펴서 심한 것은 버리고 다시 화분에 심어주었다. 큰 튤립 구근만 수경 재배로 심었다. 원래 흙에 심을 때는 튤립 자구가 붙어 있는대로 같이 심어도 된다. 수경 재배할 때는 자구가 오히려 썪을 수도 있다고 해서 큰 구근과 자구를 최대한 분리했다. 수경 재배용 튤립 구근들은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펄라이트만 넣고 물을 반 정도 부어서 구근이 잠기지는 않지만 뿌리 밑부분만 촉촉한 펄라이트에 닿게 했다. 펄라이트만 넣고 물을 주는 건 이번에 몬스테라 줄기 번식 (Monstera runners propagation)을 시도해 보면서 발견한 방법이다. 희귀한 식물 종류 중 하나인 몬스테라 스탠들리아나 (Monstera Standleyana)의 줄기를 받게 되어 줄기 번식을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는데, 줄기에서 뿌리를 내는 게 은근히 쉽지 않았다. 그런데 펄라이트와 물 조합이 줄기들 상태를 좋게 유지하는 것 같아서 튤립에도 응용해 본 것이다. 미국에서는 마사토나 질석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한국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펄라이트를 활용해 보고 있다. 홈디포에서 여분의 튤립 구근을 2봉지 각 5불 (6천원)정도에 구입했으니, 곧 이 튤립 구근들도 심어볼 생각이다. 그래도 저번 겨울에 예쁜 꽃을 보여준 네덜란드 튤립이 꽃피우는 모습을 꼭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칼랑코에 삽목] 칼란디바 꽃다발 하나로 잎꽃이, 줄기 뿌리 내리기 완전 가능! (0) | 2023.09.25 |
---|---|
[유칼립투스 과습과 잎마름 해결 방법]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유칼립투스 과습 대처방법은? (0) | 2023.09.19 |
[유칼립투스 씨앗 파종] 유칼립투스 폴리안 (Eucalyptus polyanthemos) 씨앗 발아 3일 만에 성공! 후기와 꿀팁 (2) | 2023.09.14 |
[식물 노트] 몬스테라 잎 없는 노드 번식 쉽게 성공하는 방법 (feat. 펄라이트) (0) | 2023.09.12 |
[식물 노트] 필로덴드론 핑크 프린세스 (Philodendron Pink Princess) 물꽃이 번식으로 뿌리 내리는 엄청난 팁 (0) | 2023.09.1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