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 폴리안 씨앗의 너무 작아서 과연 발아가 잘 될까 걱정되었는데 3-4일이 되던 날 아침 무심코 뚜껑을 열어보았는데 하얀 뿌리와 줄기가 올라오는 모양을 보고 너무 기뻤어요. 미국 동부는 여름이 끝 무렵인 9월이라 너무 늦게 시도하나 살짝 걱정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얼마 전에 이미 60센티가 넘어 목질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아주 건강했던 유칼립투스 블랙잭을 구입한 후 과습으로 보내버린 적이 있어서 (너무 너무 마음 아프고 반려 동물이 아플 때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매일 신경쓰느라 힘들었던), 유칼립투스를 내 힘으로 씨앗부터 길러보는 이 과정이 새롭고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유칼립투스 폴리안 씨앗은 매우 작습니다. 참깨보다도 살짝 작은 느낌이예요. 씨앗이 너무 작기 때문에 날아가거나 쓸려 가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씨앗이 잘 불려져서 발아하기 쉽도록 작은 용기에 물을 넣고 과산화 수소 몇 방울을 떨어 뜨려줍니다. 정확히는 물 다섯 스푼에 과산화 수소 1/2 티스푼 정도를 섞어주면 됩니다. 과산화 수소가 1/10 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최근에 과산화수소 (Hydrogen Peroxide)가 빗물과 같은 성분이고 산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식물들이 자라거나 뿌리 내리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실내 식물 가드닝에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과산화 수소가 없어도 괜찮으니 물에 1-2시간 불려주세요. 일반 물에 불린다면 하루 정도 불려도 괜찮다고 합니다. 씨앗 불리기는 껍질을 부드럽게 해주어서 미국 식집사들도 유칼립투스 씨앗 발아를 할 때 추천하는 방법이예요.
용기는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1) 낮은 플라스틱 용기 (깨끗하게 씻은 포장 용기 재활용도 괜찮아요)을 사용하거나, 2) 배수 구멍이 있는 작은 토분도 괜찮습니다. 낮은 플라스틱 용기나 씨앗 발아용 용기는 흙 양을 적당하게 하여 새싹을 틔울 때까지 물 조절이 편합니다. 흙이 너무 많으면 수분기가 금방 사라지고 습도가 낮아질 수 있거든요. 반면에 처음부터 배수 구멍이 있는 작은 흙으로 만들어진 화분을 이용하면 좋은 점은 나중에 유칼립투스 새싹을 그대로 키우면 되어서 뿌리가 예민한 유칼립투스가 그대로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저는 뚜껑이 있는 음식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어요. 통은 깨끗이 씻고 과산화수소로 소독도 해줍니다. 투명한 뚜껑이 있으면 닫거나 얹어주어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씨앗 발아나 식물 번식으로 뿌리를 내릴 때는 보통 60-80% 정도의 다소 높은 습도가 좋다고 해요. 중간 중간 뚜껑을 열어서 환기는 해줘야 합니다. 곰팡이가 피기 쉬워서요.
흙은 씨앗 발아용 영양이 높은 Peet moss를 사용했는데, 한국에서는 일반 분갈이 흙이나 파종용 상토를 써주면 될 거 같아요. 저는 미국이라 홈디포에서 파는 Peet moss soil mix를 썼는데, 분갈이용 흙과 섞어 주지 않고 파종용 흙만 썼어요. 파종용 상토는 약간 부드럽고 수분 흡수를 더 잘합니다. 제가 쓴 파종용 흙은 물을 부으면 빨아들이는 느낌이 아니라 위에 맺히고 물을 많이 붓고 섞어줘야 약간 진흙처럼 뭉쳐요. 그래서 미리 물을 부어서 적당히 섞어주어 일정한 수분기를 가지게 했습니다. 씨앗이 작아서 물을 줄 때 흙이 파이거나 씨앗이 더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탄탄한 재질의 화장솜 (일반 화장솜 말고 살짝 뻣뻣한 느낌)에 물을 흠뻑 머금게 하고 그 위에 씨앗을 올려 놓는 방식도 시도하시더라고요. 저도 사실 5개의 씨앗은 화장솜에서 씨앗 틔우기를 3일 정도 시도하다가 흙에 심은 씨앗들이 새싹이 나는 것을 보고 현재는 다 흙으로 옮겨준 상태입니다. 흙에서 씨앗을 키우는 게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물은 분무기로 멀리서 살짝씩 뿌려주거나 또로록 하는 느낌으로 물을 아주 조금씩 흙이 뒤집어지지 않게 줘야 해요. 매일 확인해보고 흙이 살짝 촉촉하게 유지해주세요. 혹시 여름철이라 너무 습해서 곰팡이가 필 것 같다면 뚜껑은 덮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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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하나씩 3-5센티 정도 (손가락 한두 마디) 간격으로 일정하게 흙 위에 올려줍니다. 씨앗이 조그맣기 때문에 집거나 잡으면 충격이 갈 것 같더라고요. 저는 나무 젓가락하나로 씨앗을 하나씩 떠서 흙 위에 올려줬어요. 씨앗을 아주 살짝만 눌러서 흙에 살짝 박히게 합니다. 씨앗을 심는 게 아니라 흙 위에 올려 놓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중에 새싹이 나오려면 너무 깊으면 안되어요. 그 위에 흙을 소량 소금 뿌리듯이 아주 가볍게 솔솔 뿌려주세요. 씨앗에 얇은 이불 덮어준다는 느낌으로요. 물을 미리 주지 않았다면 이때 물을 주변부터 천천히 조금씩 주어 흙이 촉촉해지게 합니다. 씨앗 근처에는 특히 몇방울 떨어뜨려 주세요.
온도는 18-25도 사이로 차갑거나 춥지 않은 따뜻한 곳에 두세요. 겨울이라면 밑에 수건을 깔고 아주 약한 저온의 온열매트를 두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9월에 심었기 때문에 따로 매트는 두지 않고 에어컨을 잘 키지 않는 방 창가에 두었습니다. 밝은 실내 조명이나 식물 재배용 LED (grow light) 아래에 두어 씨앗이 밝은 빛을 받게 합니다. 직사광선은 흙과 씨앗 뿌리를 빨리 마르게 할 수 있으니 초기엔 피하는 게 좋다고 하네요. 미국에서는 유칼립투스 씨앗 발아에 빛이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유칼립투스가 암발아 (빛을 가려줘야 함)한다는 글도 봤었어요. 제가 아는 식집사 미국 친구도 유칼립투스 씨앗 발아를 햇빛 좋은 데서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유칼립투스 씨앗을 심은 후 식물 재배용 조명 아래에 2일 정도 두었다가 변화가 너무 없는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에 1-2일 정도 위에 잡지를 덮어서 어둡게 해줬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뿌리가 나면서 발아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암발아를 해서 빨리 발아가 된 것인지 아니면 온도와 습도가 적당하고 초기 햇빛을 받아 3-4일 정도가 지나서 자연스럽게 발아를 한 건지 아리송합니다. 씨앗 발아를 할 때 빛이 큰 요소는 아닌 것 같고 온도가 중요한 것 같기 때문에, 다음에 씨앗 발아를 한다면 굳이 어둡게 해주진 않을 것 같아요.
유칼립투스의 씨앗에서 하얀 솜털을 가진 뿌리가 나오면 줄기가 올라오고 작고 앙증맞은 초록색 첫 잎들이 나올 때까지 햇빛이 좋은 곳에서 기다려주세요. 온도는 유지해 주는 것이 좋고, 일단 싹이 트면 습도 유지를 위한 뚜껑은 제거를 해서 공기가 잘 통하게 합니다. 유칼립투스 줄기에서 새싹이 3-4개는 나서 좀 튼튼해질 때가지 기다리되, 뿌리가 너무 자라서 옮기는 게 힘들지 않도록 초기에 바로 화분으로 옮겨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초록 떡잎이 보이는 새싹들을 먼저 각각 작은 화분으로 옮겨 줬습니다. 유칼립투스는 뿌리를 건드리는 것에 엄청 예민하고 얇고 가느다란 뿌리들이 물 흡수에 필수이기 때문에 분갈이를 하거나 새싹을 화분으로 옮겨줄 때 정말 조심해야 해요. 뿌리를 상하게 하면 바로 죽어버릴 수도 있어요. 너무 연약한 새싹들이라서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주변 흙까지 떠서 옮겨 주니까 훨씬 편하더라고요. 새싹이 햇빛을 잘 받게 뿌리가 나자마자 파종하는 케이스들도 있더라고요. 햇빛이 없으면 새싹이 웃자란다고요. 떡잎이 아직 잘 안보이는 새싹들도 옮겨 줬는데 너무 작고 초록잎도 없다보니 흙에 가리면 잘 안보여서 몇 개는 작은 화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릴 뻔 했어요. 물을 주다가 흙을 살짝 뒤집어써서 잘 안보이는 새싹들도 있는데 좀 더 자라면 잘 보이겠죠?
유칼립투스 키우기는 이제부터가 본 게임. 과습과 물부족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유칼립투스의 줄기가 나무처럼 갈색이 되어 튼튼해지는 목질화 전까지는 물 조절과 뿌리 관리에 정말 예민해서 유의해야 된다고 해요. 유칼립투스를 처음 키워보시는 분들은 유칼립투스 과습, 물주기와 통풍에 대해서 꼭 꼭 공부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상상보다 더 까다롭고 유칼립투스 과습이 오면 초보자는 대처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처럼 유칼립투스가 너무 좋은 분들은 유칼립투스 폴리안이 다른 종류보다 잘자라고 키우기 쉬운 편이라고 하니 한 번 도전해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실내 식물 기르기 기본에 대한 제 다른 포스팅도 읽어보시고요! 사실 실내 식물 기르기에 대한 포스팅을 써야 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유칼립투스 블랙잭을 과습으로 보내고 이건 꼭 공유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었어요. 곧 과습과 통풍에 대한 포스팅도 올릴 예정입니다. 제 글을 보시고 유칼립투스 씨앗 발아에 성공하셨다면 후기를 꼭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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