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석 한가위가 저번 주였습니다. 이번 차례는 영상 통화로 지냈습니다. 9월 21일은 보름달이 뜨는 보름이었는데, 달도 못 보고 지나가 버렸어요. 뉴욕에서 추석을 느끼게 해 준 것이라고는 남자 친구가 사다준 송편과 따로 시켜먹는 반찬 배달에서 온 송편 그뿐이었어요. 코로나라고 뉴욕이나 뉴저지에서 딱히 한국 명절 추석을 기리는 행사를 한 것도 아니니까요. 냉장고에 넣어두어 차갑게 식은 송편은 입 안에 넣으면 딱딱하지만 안에 있는 고소한 깨와 꿀 앙금이 기분을 좋게 하더라고요.
미국 유학을 왔던 2017년 가을 이후 단 한 번도 추석에 한국에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벌써 5년째 추석을 집에서 지낸 일이 없네요. 하지만, 집에서는 매년 추석을 맞아 조상님들께 예를 갖추어 올리는 차례를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변화가 있었지요. 제가 집에 있을 때는 다 같이 만들고 부쳤던 전을 이제는 시장이나 유명한 음식점에서 사 온다던가, 반찬의 가짓 수가 줄었다던가 하는 것이요.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한 음식이 아닌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들로 바뀌어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작년과 같이 시간을 맞추어 저 또한 차례를 지냈습니다. 방법은 바로 카카오톡으로 영상 통화를 하는 비디오 콜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고 지구 반대편에서도 원하는 사람 얼마든지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을 제대로 이용한 언 컨텍트 추석 차례 지내기였습니다. 한국 아침 시간대는 13시간 느린 동부에선 밤 시간대니까 시간도 잘 맞더라고요.
올해도 아빠와 엄마께서 저 대신 물을 올려주시고 (저희 집은 술 대신에 물이나 차로 차례를 지냅니다), 카카오톡 영상 통화를 통해서 절을 했습니다. 두 번 절을 했습니다. 마지막 두 번째 절에 더더욱 조상님들께 가족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저만의 큰 소망을 비는 기도를 길게 했습니다. 그동안은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던 절에 가던 아니면 이렇게 차례에 조상님들께 빌던 소원은 항상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보다 정확히는 2019년도부터였던 거 같은데- 소원을 빌 때 항상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을 빌게 됩니다. 건강이 최고인 것을 나이가 들면서 느껴가나 봅니다. 어른들께서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이제야 실감하게 됩니다. 절에 가서도 백중 기도나 1년 등에 붙어있는 소원들을 보면 가족 소원 성취와 함께 가장 많이 보는 단어가 건강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지 간에 건강이 좋아야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2021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3개월이 남았는데, 모두가 건강한 일 년으로 마무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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