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예약하고 배에 타서 도미를 잡을 수 있는 선상 낚시에 다녀왔습니다. 브루클린의 맨해튼 비치 앞 쪽에 도미 잡이 배들이 많이 다녀요. 맨해튼 비치 앞과 breezy point 사이에서 배가 왔다 갔다 합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배를 타고 낚시를 했으니 장장 8시간 배 위에 있었네요. 갔다 와서는 완전히 뻗었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는 선상 낚시였어요.
저희가 탈 배였던 메릴린 진 5호예요. 옆에 똑같은 이름의 메릴린 진 4호도 있었어요. 예약을 하면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배를 타는 오전 낚싯배가 있고, 오후 7시에 출발하면 밤 12시까지 배를 타는 밤 낚싯배가 있어요.
새벽 5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충분히 있었고 해뜨기 전의 석양같은 하늘의 빛깔과 해 뜨는 광경을 볼 수 있었어요.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은 색감이죠?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과 그 하늘을 그대로 비추어 같은 색을 그대로 비춰주는 바다를 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바다도 같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드디어 7시쯤에 해가 떴어요! 해 뜨는 걸 보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새벽 5-6시쯤까지만 해도 안개가 꽤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는 안개가 사라지고 구름도 점차 걷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배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제일 처음 잡았던 건 따로 요리해 먹지 않는 sea robin이었습니다. 꼬리 부분을 회 떠먹는다고 하던데 다시 바다로 놔줬어요. 이 녀석은 등 뒤에 뾰족 뾰족한 가시 같은 게 있어서 잡을 때 입 부분을 들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등 뒤를 잡으려고 하면 가시가 박혀있는 등 뒤 지느러미를 쫙 펼쳐요. 처음 잡은 물고기라서 놔주기 전에 기념샷을 찍었습니다.
이 선상 낚시의 주인공인 도미 (porgy)입니다. 비늘이 반지르르한 게 예쁘죠. 열 마리나 잡은 도미가 바로 이 생선입니다. Porgy라고 하고 이 배는 특별히 이 도미를 잡기 위해 도미 떼를 찾아다니는 배였어요. 선장님이 배에 달린 레이더를 이용해서 도미 떼를 쫓아다닙니다. 뱃고동이 울리면 낚싯대를 내렸다가 다시 이동을 하기 전에 뱃고동을 다시 울려주면 얼른 낚싯대를 올려야 해요. 그리고 이동하는 사이사이 물살 흐름에 따라서 낚싯대에 달린 무게 추를 바꿔주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하고, 물고기들이 먹고 도망가서 없어진 미끼도 다시 끼워줘야 하죠. 은근히 몸이 바쁘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서 있어야 하고 물고기가 잡히면 오른 허리에 낚싯대를 대고 릴을 감아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팔도 점점 아파집니다. 그래도 앉을 수가 없더라고요. 한 번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또 잡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낚싯대를 내려놓기가 어렵더라고요.
미끼로는 처음에는 조개와 지렁이를 썼는데 역시 지렁이 만큼 인기 좋은 미끼가 없었어요. 지렁이를 다 쓴 뒤에는 잘린 새우살들을 썼는데 새우도 물고기들이 아주 잘 꼬이더라고요. 움직이지 않는 미끼인데도 덥석 덥석 무는 것을 보면 물고기들이 새우 맛을 참 좋아하는가 보다 했습니다.
크기가 컸다면 놔주지 않았을 sea bass (농어)와 flue (summer flounder: 광어)입니다. 둘 다 크기가 작아서 잡았지만 놔줘야만 했어요.
낚시를 하지 않을 때는 보이는 풍경들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바람 부는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바람을 맞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림으로 그려도 좋을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낚시를 할 때는 정신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추가 달린 낚시 바늘을 내렸다가 올렸다가 열심히 물고기를 꾀느라고 바쁘지만, 이동 중일 때는 이렇게 바다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바다의 모든 물방울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한 오노 요코의 말이 떠오르는 풍경이었습니다.
낚시가 마무리 된 후에 브루클린에 있는 공원에 가서 도미구이를 해 먹었습니다. 배에서 미리 도미 손질을 해줬어요. 20불 정도를 돈을 내면 내장까지 다 손질해줍니다. 알을 밴 도미도 있었는데 알까지 싹 다 손질해줘서 알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엄청 아쉬웠어요. 미국에서는 배 위에서 생선 손질을 하는 것이 선원 외에는 불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뉴욕의 경우는 활어회를 못 먹는 법이 있어요. 물고기를 잡고 몇 시간 이상 숙성을 한 뒤에야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기생충 감염과 같은 활어를 먹는 것에 대한 위험을 예방 차원에서 세운 주법인 거 같아요.
다 구워진 도미는 살이 아주 단단하고 담백해서 맛있었습니다. 소금을 엄청 뿌려서 구웠는데도 생각보다 전혀 짜지 않아서 괜찮았어요.
이렇게 새벽 4시부터 오후 여덟 시가 넘어서야 끝난 일정에 완전히 녹초가 되었지만 재미있는 선상 낚시였습니다. 도미를 많이 잡은 덕에 양 손 푸짐하게 돌아왔고요. 다음에 선상 낚시를 가게 된다면 미끼 끼우는 법과 낚싯대 관리법부터 차근차근 배워서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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