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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라는 건 뭘까? 30대 여자 방청소하는 습관 만들기

Manhattan log...맨해튼 생활

by 폴리의 뉴욕레터 2021. 10. 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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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청소는 내 일상에서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로 자연스레 들어왔다. 청소는 정리정돈을 말한다. 정리와 정돈이 합쳐진 말이다. 정리는 어떤 물건들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고 정돈은 있는 물건을 제자리에 맞는 장소에 있도록 잘 배치하거나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방청소하는 습관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목차

나의 청소 습관

청소가 힘든 이유

청소를 안할 때 나의 모습

그렇다면 청소를 하고 나서 나의 마음은 어떤가?

방청소하는 팁과 순서

 

이케아 보드판

 

나의 청소 습관

나는 정리와 정돈 둘 다를 잘 못한다. 미국에서 살면서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과감없이 옷이나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는 것이 생존 본능으로 자리 잡혔지만 원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리를 잘 못하다는 의미이다. 정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내 기억과 감정이 묻어나는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그 물건과 함께 한 내 시간도 함께 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진다. 작년에 이사를 2번 하기 전까지 옷과 물건 정리는 내가 가장 많이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정돈은 잘하냐고 물으면, 정돈에 재능은 없다. 쓰지 않는 물건이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기 좋게 혹은 비슷한 물건끼리 정돈하는 일이 내 성격에는 별로 맞지 않다.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되었지 보이는 것마저 신경 써야 한다니 골치가 아팠다.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이 머리 아프다. 그런데 정돈을 조금 해보니 편하다. 삶이 많이 편해졌다. 어떤 물건을 찾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괜히 그 물건이 어딨지 하고 갑자기 떠올라 찾아보면서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다.

 

청소가 힘든 이유 

청소는 꺠끗함과 동일어라고 보아도 좋다. 나이가 들면서 깨끗함과 단정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면서도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깨끗한 셔츠, 잘 다려진 옷들, 근처에 가면 섬유 유연제 향이 날 것만 같은 단정함. 단정함은 사람이 걸친 것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반면, 깨끗함은 사람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느낌이다. 깨끗한 손톱 밑, 깨끗하게 감긴 찰랑거리는 머릿결, 각질이 보이지 않는 매끈한 피부, 그리고 환하게 하얀 이. 마치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묘사한 것 같지만, 우리가 깨끗한 사람을 떠올리면 생각날 법한 용모의 조건들이다. 이런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나에게 노력이라는 것을 혼자 살면서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 요리와 청소, 그 외에 챙겨야 할 서류들이나 세금 신고 등 잡다하지만 중요해서 나의 생활을 돌아가도록 해주는 일들을 매일매일 조금씩 해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를 챙기는 일, 나를 단정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도 하나의 일이 되어 버린다. 혼자 산다는 것은, 아무리 룸메이트가 있다고 해도, 종종 나를 가꾸기 어렵게 한다. 

 

청소를 안할 때 나의 모습

그렇게 청소가 귀찮다면, 청소를 안 하면 어떨까? 청소를 안 할 때 나의 모습과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이 질문은 예전부터 던져보았고 지금까지 살면서 청소를 잘하지 않는 상태의 나에 대해서 관찰해왔다. 청소를 잘할 때의 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그리고 유독 더욱 청소를 멀리하는 기간이 있었다. 사람들과 만나는 약속들이 주말마다 계속해서 이어질 때, 일에 너무 지쳐서 손도 까딱하지 싫을 때, 요리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 음식을 시켜먹게 될 때, 생산을 하기보다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을 때, 삶이 무료할 때조차도 청소를 멀리 하게 된다. 바쁠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쉴 때는 드디어 쉰다는 핑계로 청소를 멀리 해왔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로 치부해왔다.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한창 바쁠 때인데 책상이 더러워 보인다며 물건을 모두 치우고 책상을 닦기도 했다. 이성적으로 정한 규칙적인 청소보다는 그때그때 순간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청소 방식을 택했다. 나의 기분과 변덕에 따라 청소의 양과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럴 때 내 삶은 혼란스러웠고 지루했다. 그렇게 삶이 노잼일 수가 없었다. 재밌어야만 하는 일을 해도 재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청소를 하고 나서 나의 마음은 어떤가?

심심한 듯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마음 속으로는 무척 뿌듯하다. 청소를 하고 나면 아 할 일을 마쳤다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를 마음껏 칭찬해줄 수 있다. 큰 일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일을 하거나 뭔가를 할 때 청소로 인해 주변이 정리 정돈된 모습이 자꾸 의식된다.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내가 깨끗한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방금 이 공간을 치웠음을 알기 때문에 굳이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음이 자꾸만 깨끗한 공간을 최대한 느끼려고 한다. 눈길이 닿는 곳에 먼지가 없음을 숨을 쉴 때 왠지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을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머릿 속도 정돈된 느낌이 든다. 어떤 서류가 어디에 있었지 하는 고민이 사라진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을 간간히 손으로 주워서 버리며 바닥 청소해야지 할 필요도 없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까지 자라난다. 어찌 보면 생활을 영유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인데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잎사귀를 만지며 내가 식물을 잘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처럼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가벼운 확신이 든다. 동시에 물건의 수를 조금 더 줄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사를 하면서 한때 미니멀리스트의 삶의 방식에 관심을 가졌으나 그뿐이었다. 나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지만 필요한 부분은 물건의 수가 적으면 신경 쓸 거리가 확실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앞으로 소비를 할 때에도 어떤 물건이 있는지 파악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없거나 쓸데없는 감정적 소비를 덜 하게 된다.

 

방청소하는 팁과 순서

우선 방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라면 굳이 방청소를 하는데에 순서를 정할 필요는 없다. 이럴 때 방청소하는 팁은 소소하지만 간단하다. 물건을 모두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정리보다는 정돈이 필요할 때 하는 것이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것부터가 시작이고, 물건의 제자리를 찾기 시작하면 함께 버려야 할 물건들도 발견된다. 이럴 때 버릴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평소 잘 사용하는 물건은 눈에 잘 띄는 곳에 둔다. 잘 사용하지 않지만 필요한 물건들이라면 비슷한 물건들끼리 분류해서 담아둔다. 어디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만 파악되면 된다. 하지만 방이 많이 어질러져 있고 큰 물건들을 옮겨야 하는 대 청소가 된다면 이른바 방청소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청소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물건을 많이 버려야 하는가? 옷 정리가 필요한가? 방의 박스들을 한 번씩 다 체크해야 하나?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하는가? 청소의 목적에 따라서 체크리스트가 달라질 것이다. 우선 청소를 할 물건들을 모을 공간을 만든다. 공간을 구획으로 나누어서 내가 항상 설레면서 쓰는 물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 잘 안 쓰는 물건, 쓰긴 하는데 애매한 물건으로 나눈다. 나를 설레게 하는 물건은 애초에 정리 대상이 아니고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은 제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잘 안 쓰는 물건 중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버린다. 그리고 항상 쓰긴 하는데 나를 기쁘게 하지도 않고 차선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우선 갖고 있다가 다른 물건으로 대체한다. 그럼 청소가 좀 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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